@씽님이 댓글을 달았습니다.

2017.07.01 [두 번째 마음책방 정기모임 - <몸은 기억한다> 2편]

#1. Intro
 지난 시간에 이어 <몸은 기억한다>라는 책을 가지고 모임을 진행했어요. <몸은 기억한다>는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랍니다. 트라우마에 관련된 책인데, 지식적인 내용을 전해주되 사례도 많아서 두께에 비해 그리 어려운 느낌은 아니에요. 그래도 두께가 있기 때문에, 한번 더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해보자는 마음이 모였어요. 그래서 오늘도 이 책으로 모임을 한 번 더 가져 보기로 했습니다:)

#2. 어떤 축하
 같이 식사를 한 후에 정기모임을 시작했어요. 제가 늦게 갔는데, 깜짝 생일 축하파티를 받았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생일이었거든요. 생일을 챙기는 모임이 점점 흔치 않아지기도 하고, 특히 마음책방에서 그런 축하를 받으니 개인적으로 많이 고마웠어요. 뭔가 나 자신을 이야기하는 모임이라 이곳에서의 축하가 존재 자체로 축하받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오그라들어도 어쨌든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3. 근황 나눔
 지난 모임 이후의 근황을 나누면서 모임을 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에 했던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을 나누고 난 후 자신의 변화에 대해 나누게 되더라고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색했던 분은 감정 언어를 더 많이 섞어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본인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어요. 5년간의 짐을 벗어버린 것 같다는 분도 있었고, 새삼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았다는 분도 있었어요. 

#4. 누군가의 이야기, 또는 우리의 이야기
 두 번째 모임이다보니 책에 대해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스프링님은 특히 이 구절이 좋았다고 해요. 

"성추행을 당한 남성들 가운데 내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부분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여 체육관에서 근육 단련운동을 한다 . (...) 축구와 맥주를 좋아하는 남성적인 문화속에 살아가면서 자신의 약한 모습과 두려움을 세심하게 감춘다. (...) 그들 내부에 있는 겁에 질린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p.445)

  실제로도 이런 남성들이 많이 목격되곤 하죠.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고자 하지만, 강인한 척, 두렵지 않은 척하는 모습은 그 상처를 낫게 하지 않는다고 스프링님은 생각하신대요. 그냥 숨기려고자 하면 내 상처가 어디엔가 숨어있다가 나도 모르게 내 행동을 컨트롤하게 된다는 거죠. 

 저는 17장에 나오는 조앤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여성이었다가 징징대는 어린 애가 됐다가, 미친듯이 화를 내는 계집이 되기도 하고, 10분 동안 닥치는대로 손에 집히는 걸 먹어 치우는 먹보가 되기도 해요. 이 중에 뭐가 정말 저인지 모르겠어요." (p.450)

 저는 이 사람의 이야기에 왜 끌렸을까요. 내 안의 여러 모습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 모습이 꼭 통합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가 느끼는 혼란스러움이 내 안에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5. '잘 화내야 한다?'
 조앤의 이야기가 왜 인상 깊은지를 이야기하다보니 제 이야기를 깊게 나누게 되었어요. 대화 도중에 제가 "잘 화내야 한다"는 말을 무의식 중에 했고, 그것이 다른 분들께 흥미롭게 느껴졌나봐요. 잘 화내는 방법을 찾고 있는 저는, 화내는 방법, 나아가서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는데 익숙치 않았던 거죠.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그런 생각을 왜 갖게 되었는지 저의 유년시절과 가정환경들을 떠올려봤죠. 나의 화를 들어주지 않았던, 내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내 생각들이 일종의 뿌리를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님이 그런 저에게 도움되는 말을 해주셨어요. '내 감정은 내가 책임지고, 네 감정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는 자세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죠. 아까 스프링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저 억누르기만 하다보면 '감정의 동맥경화'가 올 수도 있다고요.

#6.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
 트라우마는 물론 전문적인 치료도 필요하겠지만, 책에서 제안했던 것은 다소 접근하기 쉬운 것들이었습니다. 요가처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운동을 한다거나 트라우마를 끌어내줄 사람을 옆에 둔다거나 하는 것들요. 물론 사람에 따라 쉽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죠. 그렇지만 작은 시도들이 우리의 트라우마를 치료해 줄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사실 어떤 구성을 특별하게 정하지 않고 진행했던 두 번의 모임이었는데 점점 구성이 잡혀가는 것 같았어요. 욘님은 그런 점이 반갑게 느껴진다고 표현했어요. 아님은 기존의 책 모임처럼 책 이야기로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해주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감정들을 이야기해봐서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어요. 보다 깊은 마음을, 보다 날 것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해보는 마음책방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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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_ 늦은 후기 죄송합니다ㅠㅠ...
@보라_ 잘 읽었습니다 :) 감정 표현을 연습하는 곳이 동네마다 많아지면 좋겠어요/
보라_ @씽 ..모두에게...?
@보라_ ㅋㅋㅋ 지운 댓글에 댓글이 남아버렷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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