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는 아토피라는게 희귀하거나 인식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반 아이들이나 사람들은 이를 대체로 옮는 피부병이나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낫는 병으로 인식했었어요. '교복입는 나이되면 낫는다, 20살 넘으면 낫는다, 어른되면 낫는다 (그리고 실은 얼마전 식당에서 밥먹으면서 동네 어르신들께 애 낳으면 낫는다라는 소리를 좀 백년만에 들었답니다-낮에는 아는 분께는 자신의 언니가 출산 후 아토피가 생긴 사례를 들었지만)'라는 주변 어른들의 마법같은 주술들이 다 풀리고 어른이 된지 한참인 30대인 저는 여전히 '성인 아토피안'으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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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안'으로 산다는 일이 예전에는 쓰라리고, 아프고, 증상이 심할 때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정도였다면(그것만해도 이미 많이 지치는 여정이지만), 나이가 좀 더 먹고 사회 속에서 *기능*해야하는 *성인*으로 세월을 좀 더 보내다보니 '아토피안의 삶'이라는 여정은 '몸과 마음'보다 훨씬 큰 영역에서 내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차츰 알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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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물리적으로 내가 해낼 수 있는 업무량이나 종류/환경), 이성관계(상대방이 아토피로 인한 나의 생김새 변형/심적인 우울 뿐만 아니라, 아토피안으로서 삶의 패턴을 이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 환경(거주지나 근무지) 등 고려해할 사항이 삶의 전반에 걸쳐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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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안으로서, 직업적으로나 모든 것에서 긴 호흡을 갖고 살 수는 없을까요? 소망하는 삶과 몸이 허용하는 삶의 균형을 이루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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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에 대해 검색하다보면 아토피안의 대상자가 '어린이' 아니면 '아토피를 앓고 있는 어린이의 부모'로 상정되어 있을 때가 더 많지요. 하지만 저처럼 성인기로 전환된 사람에 대해 다뤄진 이야기는 아직 많이 미미합니다. 성인 아토피안으로서 보다 나은 삶을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어떻게 삶의 직조하고 또 펼칠 수 있을까요? 아토피안의 인구는 갈수록 늘어가기만 하는데 아직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사회에 나온 아토피안'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