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0 [여섯 번째 마음책방 정기모임 - <은교>]
#1. 새 공간 <빛.나다>
이번 모임부터는 북촌에 있는 <빛.나다>라는 공간에서 마음책방 정기모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서촌 그 책방'도 좋았지만, 주말 영업을 시작하셔서 혹 방해가 될까 싶어 장소를 옮겼답니다.) <빛.나다>는 여러 심리학 워크숍이나 책 모임, 영화모임 등이 진행되기도 하는 곳이라 더욱 '마음책방'의 색깔이랑 맞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동네 자체의 분위기도 좋고, 공간 자체도 아늑해서 많은 분들이 사용하기 좋으실 것 같아요. 특히 공간 주인분께서 저희를 너무나도 환대해주셔서 따뜻하게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
#2. 근황 나누기
안국역 근처에서 만나 식사를 하면서 3분 동안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번 모임 때 나누었던 각자의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즘 쌀국수가 패스트푸드에 속할 정도로 빨리 나오는지라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더 얘기를 나누었지요. 음식도 풍성히, 마음도 풍성하게 나누었답니다:) 소소님이 몸이 좀 안좋으셨배불리 밥을 먹고, 북촌을 산책하니 모두 정말로 기분이 좋았지요! :)
#3. <은교>
이번주 책은 스프링님이 선정해주신 <은교>였습니다. 사실 영화로 접한 분들도 계시고, 풍문으로만 듣다가 이번에 처음 책을 읽으셨다는 분도 계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먼저 본 케이스였는데, 영화도 꽤 괜찮게 본 터라 책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스프링님은 <은교>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인데, 영화의 노출씬만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랑스럽게 얘기를 못하고 다녀서 속상하다고 하셨습니다.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인간의 욕망이 솔직하게 표현된 작품인데 말이죠.
욘님은 특히 시인 이적요가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실 '욕망'이라는 이번 시즌의 주제에 가장 직관적으로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시인인만큼, 작품에 상당히 많은 시인과 문학 이야기가 인용되는데요, 모두가 입을 모아 좋은 시를 많이 보아 좋았다는 평을 했습니다. 왠지 시집을 읽고 싶게 하는 작품이랄까요.
#4. 인상 깊었던 장면들
나무님은 세 사람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고 말해주셨어요. 시인은 자신의 제자와 은교와의 관계를 의심하고, 제자는 시인과 은교와의 관계를 마뜩찮게 생각하며, 은교는 시인과 제자와의 관계 사이에 자기가 끼여있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생각 많이 하고 살지 않나요. 나무님도 인간이 사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셨다고 하는군요. 욘님은 <발리에서 생긴 일>이 생각나기도 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저 역시 영화보다 훨씬, 서지우 캐릭터가 더 돋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인의 시선이라면 책은 더 다양한 화자의 목소리로 그들의 욕망을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서지우가 문학을 통해 성공하고 싶어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좌절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스프링님은 은교와 시인이 젊은이들이 많은 카페에 갔을 때의 장면이 인상깊었대요. 젊은 연인들이 스킨십을 자유롭게 하고, 늙은 자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장면이었는데요. 때때로 소속되고 싶은데 소속되지 못하는 느낌이 아닐까 싶어 공감이 되었다고 나누어주셨어요.
#4. 플래쉬 비추기
욘님은 요즘 '너도 있고, 나도 있다'는 표현이 새삼스럽게 와닿는다고 하셨습니다. 상대방의 욕망도 있지만, 내 욕망도 있고 내 욕망도 있지만 상대방의 욕망도 있는 거죠.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상대방의 마음에 플래쉬를 비춰주는 것인데, 내 마음에도 플래쉬를 비춰주는 작업을 좀 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에 모두가 공감을 했었죠. 사실 내가 나에게 플래쉬를 비추기는 어려우니, 서로가 서로에게 플래쉬를 비춰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아닐까, 저희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보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오늘은 아님의 이야기에 깊게 플래쉬를 비추게 되었어요.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시고, 조금은 후련하다고 이야기해주어 듣는 저희도 함께 기뻐했답니다.
후기를 읽으시는 분들, 누군가의 마음에 혹은 자신의 마음에 플래쉬 한 번 비춰보시는 하루되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