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5 [두 번째 마음산책 - 서촌 그 책방을 가다]
두 번째 마음산책은, 서촌에 새로 생긴 '서촌 그 책방'으로 떠났습니다. 관광객들의 행렬과 힙한 카페들 사이를 지나 뒷골목으로 들어오면 조용한 서촌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고즈넉한 한옥들 사이에, 조용히 쉴 공간이 되어주는 책방이 있습니다. 책장과 테이블 제작은 물론, 창문에 붙어 있는 책 모양 스티커까지, 책방 곳곳에 가족들의 손길이 함께 묻어있다고 해요.
전시된 책이 좀 적게 느껴지시나요? '서촌 그 책방'은 일종의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모임을 다년간 이끄던 사장님께서 본인이 읽은 책들 중 추천할 만한 책들만 골라 들여놓으시거든요. 어떻게 보면 큐레이션이라는 특성에 있어서는 '마음책방'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싶었습니다.
전시된 책들은 모두 사장님이 직접 읽으신 책입니다. 중요한 분들을 마커로 표시해놓고, 생각이 나는 것들을 연필로 적어놓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들이 샘플로 놓여있는 것이죠. 마치 그 자체로 전시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그것들만 읽으며 따라가도 꽤 좋은 가이드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저희는 사장님과 앉아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특이한 서점의 운영 방식 때문인지 인터뷰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습니다. 사장님은 한국의 작가들, 특히 실력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한번은 어떤 책이 너무 좋아서 책방에 놓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는데, 책이 절판이 된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해요. 그래서 출판사에 연락해서 출판사 창고에 쌓여있던 재고본을 책방에 들여놓으셨다지요. 2쇄를 찍으면 꼭 연락해달라는 말을 남기시고요. (그 말에 영업 당해 저는 그 책을 샀다는...)
책방이 이제 열렸으니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멤버를 모집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책방으로 꼭 문의해보시기를 바라요. 사장님은 독서모임을 할 때, 책도 좋지만 그 책을 읽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작가는 이미 책을 통해 자신이 할 말을 다 했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왠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실 '마음책방'도 자기 이야기를 더 깊게 할 수 있도록 도운다는 점에서 또!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저 혼자) 생각했습니다.
사장님의 추천으로 같은 골목에 있는 서점 '림'도 방문해보았습니다. 심리인문서점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곳은 한 달에 단 하나의 책만 판매합니다. 그 책을 위해 인테리어 등도 모두 새롭게 바꾼다고 하니, 정말 특색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서점이 그 달의 책을 위해 세팅 준비 중이어서, 사장님과 잠깐의 대화만 나누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촌의 골목 책방들을 산책해 본 시간, 서촌의 또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주 주말에는 서촌 산책 한번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