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포착, 회사에서 이런 일이?>
 
2017년, 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단연코 '퇴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아-
('퇴사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아이덴티티를 100% 반영한 닉네임인 것 같습니다 훗)
 
무작위 인사배치, 불합리한 회사문화 등등.. 
퇴사를 뽐뿌질하는 여러가지 지뢰(?)들이 있었죠..
그래서 2017년 한 해에는 '퇴사'를 말하는 곳이라면
언제든, 어디든, 누구에게든 달려갔던 것 같습니다.
 
대림절 달력 글감을 곰곰히 고민하다보니, 
어쩐지 회사에서 꽤나 재미있던 일들도 있었다는게 기억났습니다.
아마도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봅니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군요 😃 
 
그래서 2017년 한 해,
회사에서 있었던 재미있고 속시원하고 웃픈이야기들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1. 회식, 여기가 즐거운 자리는 아니잖아요?
 
사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회사 전체회식하는 날인데요,,
정말 가고싶지 않아서 시원~하게 쨌습니다 와-
이렇게 망나니처럼 회사를 다니는데,
여전히 저를 회식에 불러주는 우리 회사가 참 고맙습니다!! 
 
암튼, 이 멘트는 저의 첫 회식 때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식은 누가누가 술 더 많이 먹나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업무 중에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애로사항들을 술잔에 태워서 넌지시 이야기하고,
또 넌지시 받아주는 그런 자리입니다.
팀원들이 넌지시넌지시 그렇게 술잔을 팀장님에게로, 파도타기하듯 건네가고 있는데,
부장님께서 무 자르듯이 탁. 자르는 것입니다!!
저는 문듯 '으아닛, 이럴거면 회식 왜 하죠?' 라는 마음이 생겨 조용히 구석에서
안주만 집어먹고 있었습니다.
부장님께서 저를 지목하시더니, '00씨는 여기가 재미가 없나? 왜 이렇게 조용히 있어? 하하'
라시며 저를 링 위로 소환하셨습니다.
 
저는 더 이상 '넌지시전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대답했습니다.
 
"여기가 즐거운 자리는 아니잖아요?"
 
그 후로 6개월 간 팀회식이 없었다는 즐겁고 신나고 통쾌한 사연입니다 ^^
 
 
 
  1. 엄마 왈, "이 사람 니 친구니?!"
부장님께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사고가 터져서 부장님도 몇 일 밤을 새워 뒷수습을 하고 계신 때였죠.
아직까지 '착하고' 작은사원이었던 저는 부장님 책상 위에 홍삼스틱 하나를 올려드렸습니다. 
포스트잇에 '힘내세요 ^^..' 라는 아련만 메시지도 함께요.
부장님께서는 작은 사원의 선물이 꽤나 감동적이었던 모양이십니다.
인증샷이란 걸 찍어서 카톡을 보내셨지요. 우리 엄마한테요 ㅋㅋㅋ
 
아마 회사 연락망 시스템에 제 번호가 잘못 저장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쩐지 그 날은 제 주변을 왔다갔다 하시며
뭔가 회심의 멘트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가 보니, 엄마께서 카톡메시지를 보여주시며 하시는 말씀.. 
 
"이 사람 니 친구니?!" 
 
허걱..
그것은...
그 사람은...
거기 왜 있죠??
 
카톡의 주인공은... 우리 부장님이었습니다.
0.1초 만에 엄마 휴대폰을 뺏어 부장님을 차단했습니다. 
 
아마, 그 때 사무실에서 제 주변을 배회했던 이유는,
인증샷카톡 메시지에 '1'이 사라졌는데, 제가 아무 답장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표정은 그런 섭섭함과 기대감과 아련함이 섞인 표정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1. 차장님, 언제 퇴사하실거에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팟캐스트 <내-일은가볍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한 분노? 삐딱한 마음?을 뿜뿜 뿜어내는 '퇴사러'이지요. 
 
<내-일은가볍게>는 회사생활도, 그리고 퇴사생활도 가벼워야 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제 회사생활 모토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안에서도 언제든 퇴사를 말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퇴사'라는 주제에 더더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구요!
퇴사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회사와 조직 그리고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Amtn, 제 회사생활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명 :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퇴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같은 팀 차장님을 점심시간에 소환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중년 아저씨 분들이 가진 퇴사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거든요.
점심을 먹기위해 마주 앉아 물을 따르고, 수저와 젓가락을 세팅하고 첫 마디를 뗐습니다.
 
"차장님은 언제 퇴사하실거에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긴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했습니다아-
 
(지금은 차장님과 둘도 없는 베프가 되었지 말입니다 ㅋㅋ)
 

   4. 택배는 집 앞에 두고가세요.

입사하고 한 달 쯤 되었을까요? 
저는 고객사, 협력사 등등 외부 사람들로부터 명함을 받으면
바로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해야한다는 그런 개념을 몰랐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당연히 받지 않았습니다. 
근무 중 사무실 안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받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웠던 간이 콩알만한 사원이었거든요 😃
대개 모르는 번호는 택배아저씨잖아요? 
그래서 그 번호로 문자를 보냈죠.
 
"택배는 집 앞에 두고가세요." 
 
그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부장님께 불려갔다는 슬픈 사연입니다.. 
 
(깜짝질문 : 허허 전화번호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5. 생리휴가 제가 한 번 써보겠습니다!

2년 차 작은사원인 저는 쥐꼬리만큼 할당된 휴가를 2년에 걸쳐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쓰면서 가난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답니다.
회사에서 휴가가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존재들은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봅니다 흠흠..
회사에 시간을 투자한만큼, 시간으로 보상하는 pay-back 시스템인 것을 몰랐더랬죠.
 
저는 쥐꼬리만한 휴가가 너무 아쉽고 화가 났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인생의 귀인과 같은 분이 조언해주셨습니다.
"회사에는 생리휴가라는 게 있단다.
용기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귀한 물건이니 꼭 Get 하렴 😃"
 
역시나 생리휴가를 신청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인사시스템에 접속해서, 원하는 날짜를 클릭 후 부장님께 전송합니다.
그리고 부장님과 미팅 한 번,
인사담당자와 미팅 한 번,
인사팀장님과 미팅 한 번,
상무님과 미팅 한 번,
...
6~7번의 미팅동안 초심을 유지하기만 하면 쓸 수 있답니다 여러분 !!
 
저는 올 여름부터 꼬박꼬박 생리휴가를 챙겨서 쓰고 있습니다 하하
 

   6. 우리 회사에서 사장님의 롤은 뭔가요?

몇 주 전, 회사 사장님과 점심식사를 했더랬죠. 
우리 사장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네이버에 검색하면 멋진 사진과 프로필이 뙇! 뜨는 그런 분이랍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사람들이 다~ 아는 그런 분이시지요!
 
사장님은 우리 회사 사장 겸 전체 그룹대표를 겸직하고 계셔요. 
그리고 우리 회사는 사실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돈을 벌어들일 수 밖에 없도록(?)
세팅되어있어서,  조용조용 눈에 띄지 않게, 큰 소리나지 않게 일 하면 되는 그런 곳이랍니다.
 
하지만 속은 곪아있는 부분이 많아요 ㅠ 실무자만 아는 그런 애환이 있답니다. 
 
입사 초반 신입사원의 패기를 장착하고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선배-팀장-상무 순으로
말씀드렸지만, 
다들 "나에겐 그런 권한이 없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셨죠. 
그래서 저는 생각했답니다. 그런 권한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거지요? 
그래서 회사의 가장 높으신 분인 사장님께 메일을 보냈지요. 
 
제목 : 신입사원의 Fresh한 의견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렇게 마련된 점심식사 자리에서 저는 또 실무자만이 아는 그런 애환을
구구절절 말씀드렸답니다. 
 
그치만 사장님께서는 회사에 오래 근무하신 팀장 및 상무님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한다시면서  잘 모르겠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그래서 여쭤보았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사장님의 롤은 뭔가요?" 
 
그 다음 날, 우리 회사가 창립한 이래 최초로 팀장님 세 분과 상무님이 사장실로 소환되는
그런 소소한 헤프닝을 끝으로 저희 파란만장한 2017년 회사생활이 마무리되었습니다~ !!
 
 
 
돌아보니, 
저는 참 재미있게 회사는 잘 다녔던 것 같습니다..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글을 쓰고나니 조금 미련이 생기는 기분도 드네요 킁..
 
하.지.만
 
한 번 말을 꺼냈으면 행동으로 마땅히 옮겨야 하는 법 :)
 
 
여러분들도, 2017년 회사에서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는지
한 번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야호~
앜ㅋㅋㅋㅋㅋㅋㅋ진짜 완전 빵빵 터졌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택배 누구였나요? 진짜 궁금.. 협력 계열사.. 부장님?!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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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imm
하 너무 재밌는 오분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그런 용기가 나시는거에요!?? 옆에 착한히피님 같은 분 계시면 지루한 일상이 다이나믹 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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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히피
@갱 제 1 고객사 부장님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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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다이내믹한 한 해. 이런 황당+당황스러운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는 일'로 승화시키는 @착한히피 님이 대단하단 생각도 들어요 (비결이 뭔가요?ㅎㅎㅎ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야기로 만드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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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래요
대박이네요. ㅋㅋㅋㅋ 근데 회사에 애정이 없으면 저렇게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착한히피님 정면승부 스타일이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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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ㅋ 거침 없는 발언과 행동들이 정말 사이다 마신 기분ㅋㅋ 퇴사 후에도 쭉쭉 앞으로 나아가실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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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머리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다 시원해지는 글이에요!!! 같은 상황을 겪었을 때 똑같이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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